사랑했던. 어쩌면 놓지못하고 끊임없이 그리워할 그 사랑했던 것들을 위하여.
세레스트 마리앤 라브리엘. 라브리엘… 지독히도 익숙했던 사람들의 성씨, 지독했던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던 꼬리표. 벗어나고 싶다고 한들 끝끝내 스스로 남아있기를 선택한 추상적 관념의 무언가. 세레스트는 자신의 라브리엘을 그런것이라 정의했다.
푸르길 바라지만 그러지 못 한 어느 날. 어느덧 많이 길어진 밤은 그럼에도 욕심을 부리며 제 길이를 늘려가고 있었다. 하늘의 별도 줄어들고있어, 마치 세레스트가 지루해 끝내 요절하길 바라는 것 같아 보였다.
세계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인가? 항상 가볍게 생각하려 노력하는 세레스트에게, 세상은 조금 동떨어진 무언가였다. 자신의 세상은 그리 넓지 않았으며, 문 밖의 그 세상을 소설과 같이 다른 세계라고 줄곧 생각해왔었다. 그저 낙관의 대상이었으며, 이상의 대상이었다.
‘그렇잖아, 사람이란 것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이거든.‘
사람이란 무엇이고 가족이란 무엇이길래 단어 하나로 사람을 옥죌 수 있는가? 뇌가 무겁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을 때 부터 존재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태어났기에, 그녀는 운명을 수용하며 순종했다. 모든 행동과 모든 생각을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썼다. 피곤해져버린 뇌는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허나 지금은 반항기를 들 때였을지도 몰랐다.
’희망에 기대어 볼 용기, 같은 거 말야…‘
그저 자유의지를 잃어가던 삶에서 희망에 기대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구석에 내몰릴수록 당연한 수순처럼 희망을 좇았고, 이상을 꿈꾸었다. 그러나 현실을 항시 가볍게 살았음에도, 세레스트는 언젠가 자신의 이상처럼 제 현실도 무거워지길 바랬다. 그리곤 긍정적 성정은 그러길 확신하도록 만들었다. 아마 그것이 아주 미묘한 차이였으리라, 그리 생각했다.
’언젠가 사랑이란 걸 배우고, 남에게 베풀어줄 수 있을 때가 찾아온다면 서로를 찾기로 할까. 그게 10년이든, 50년이든 말이다.‘
아, 상상이상으로, 그녀의 예상보다 더, 어쩌면 많이. 그 순간이 일찍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추억을 회상했다. 언젠가의 그 기약없는 약속일지라도 그 모든 약속들의 언어는 그녀가 세상에 무게를 조금씩 더하도록 만들었다. 아, 그 약속들은 지독히도 아름다운 미련들 뿐이었다.
그래서, 세레스트는 칼을 들었다. 본래의 세상에 칼을 겨누고 미래의 약속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곳에 자신의 사랑이, 자신의 희망이 있다고 그렇게 여겼기 때문에.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시간이었다. 낮인지, 밤인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는 어둠과 함께 지독하게 침묵만이 이어지는 세상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새장의 자물쇠를 부수었다. 아, 무언가 터져 흘러 내리는 감각이 느껴지긴 했지만, 아드레날린은 그것의 자각을 잊도록 만들었다.
‘기뻐서 우는 이유를 들은 적이 있니 세레스트? 행복이 슬픔을 닮아가는 것은, 그래야만 감당할 수 있어서래.’
아, 오늘 눈물이 흐르는 것은 생각했던, 바래왔던 세상이 결국 틀리지 않았겠기 때문이겠구나. 희망이 결국 자신의 손을 맞잡아줬기 때문이겠구나, 그제서야 세레스트는 이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웃기로 약속했건만, 좀처럼 그럴 수는 없었다. 새로운 세상이 제게 인사하듯, 유난히 별이 빛나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느낀 이 감정과, 함께 나눈 대화를 사랑의 정의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제멋대로죠?‘
‘어쩌면... 죽음으로 갈라진다 하더라도, 오늘을 잊고 싶지 않아질 것 같기도요. 상상 이상으로 먼 미래를 기약하는 증표가 되길 원하고 있나 봐요......’
사랑이었던가? 그녀는 사랑의 정의를 알지 못한다. 순식간에 바뀌는 것이 그 정의의고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의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허나, 추억하고 회상하고, 동시에 그리워한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아니 사실은, 그녀 또한 갇혀있던 세상을 사랑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이것은 사랑했던 것들을 위한 안녕이자,
새롭게 사랑할 것들에 대한 인사였다.
'COMMUNI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51018 (0) | 2025.10.18 |
|---|---|
| 그리움에 잠식되어 가던 것은, (0) | 2025.10.11 |
| Boggart - Log (0) | 2025.09.25 |
| 理想論 (0) | 2025.06.08 |
| 비밀 프로필 - 카사하라 아이루 (0) | 2024.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