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적만이 가득하던 홀에 하나둘 불빛이 번져나갔다. 처음엔 그저 희미한 숨결처럼 흔들리던 빛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서로의 빛에 닿으며 천천히 커져갔다. 그것은 햇빛에 견줄 수는 없었으나, 어둠 속에서 스스로 피어난 별 같았다. 그렇게 작은 빛들이 이어져 홀의 구석구석을 채워나가자, 사라졌던 하늘이 이곳에서 되살아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태양이 사라지고, 달빛마저 잃어버린 지 어느덧 삼 년쯤. 나는 따스한 햇살이 살결을 스치던 감각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달빛 아래 앉아 지난날의 약속과 미련을 곱씹던 밤들도 여전히 선명했다. 사람들은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흐려진다 말했지만, 내 기억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 지우려 하면 할수록 그 빛은 되살아났고, 그렇게 다시금 내 안을 밝히곤 했다. 그것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그래서 나는 잊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잊을 수 없었다. 잃어버린 세계를 그리워하며 다시 한번 알을 깨고 나온 새는, 눈이 멀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었음에도 그 어둠을 사랑했다. 보이지 않아도 빛이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놓을 수 없었고, 놓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그 사랑은 순환의 끝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새는 제 마음 속에 남은 세계를 끌어안았고, 무너져 가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끝내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결국, 나를 삼켜간 것은 그리움이었다. 손을 잡아주던 온기도, 미련으로 가득하던 약속의 말들도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달빛이 사라진 밤, 인공의 빛만이 세상을 덮었다. 그 아래에서 속삭이던 것은 더 이상 사람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갑고 메마른 전류의 울림, 금속이 내뿜는 무정한 숨소리였다. 나는 이 세계에서 수많은 것을 사랑했으나, 정작 그 사랑을 전할 곳이 없다는 사실에 천천히 침식되어 갔다.
빛이 사라진 곳에서도 사랑하려 했지만, 그 사랑은 닿을 곳을 잃은 채 허공을 맴돌았다. 그렇게 나를 잠식한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외로움을 감싸안은 그리움이었다. 그리고 그리움 속에서 나는 여전히 어둠을 향해 손을 뻗는다. 사라진 달을 찾듯, 잊힌 빛을 더듬듯, 이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 어리석고도 아름다운 그 마음이, 나를 이곳에 머무르게 했다.

있지, 이 기억은 정말 축복인 것이 맞아?
...보고싶어. 그래서, 혹여 이 소리가 닿을까, 하고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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